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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문

[서평]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심리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처음으로 심리학을 접하다

by 한량처럼_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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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이 실험은 그 어떤 실험보다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리석음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존재라는 것,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나 상반된다. 매너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정보다 강하고 두려움보다 원초적이다.

 

MBTI 때문에 궁금해진 심리학

 이번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는 문득 떠올랐다. 내가 심리학 책은 처음 본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양한 분야의 장르의 책을 읽는 것을 나의 장점이라 생각해 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과학, 예술 그리고 경제 분야 책들은 열심히 읽으면서도, 어쩌면 책의 근본과도 같은 소설과 인문학 책은 거의 읽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심리학에 대한 것도 전혀 알지 못하였다.

 

 나에게 있어서 사실 심리학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현재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맞히는 학문. 혹은 심리테스트와 같이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분류해 주는 학문. 그런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리고 물론 나는 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모두 개개인은 다양한 생각과 심리를 가지고 있을 터인데 이걸 알아맞히는 게 가능할까? 그리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다. 그러다 보니 심리학 자체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편견을 가지고 멀리 한 채로 살아왔다.

 

 

 그러다 최근 굉장히 핫한 MBTI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T와 F가 서로 어떠한 생각을 전개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걸 알고 나니 여태 이해되지 않던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니 욕심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사고하는지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알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 책을 시작하게 되었다.


10가지의 심리 실험

 책은 총 10가지 실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리학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나도 어느 정도 들어본 실험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유명한 실험들이 적혀있다. 그런데 실험 하나하나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을 읽다 보면 방식이 머신러닝의 토대가 여기에 있구나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이 뭘 토대로 AI를 만드려고 했겠는가? 당연히 심리학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고자 시도했을 것이다. 이렇듯 내가 알고 있는 기술이 인문을 토대로 나왔다는 점들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뿐만 아니라 나는 왜 처벌이 아닌 보상과 칭찬에 의해서 행동이 변화하였는지 그리고 아이의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이 것뿐만 아니라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2023년 10월은 마약 사건이 화제에 있다. 그리고 책에서는 이 또한 다루고 있다. 마약에 중독이 되는 것은 그 약에 의한 약리적인 효과에 의해서일까? 혹은 환경적인 문제에서 오는 것일까? 이러한 심리 실험은 사람의 심리 자체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인문학 책을 읽는 즐거움은 이런 것인가 보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를 토대로 나 자신에게 계속 의문을 던지게끔 한다. 


그래서 실험을 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쩌면 실험 하나하나를 알게 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체계적인 이론을 쌓아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례가 되는 실험을 아는 것이 뭐가 의미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구나'라는 것을 아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떠한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라 깨달으면, 그때 나는 선택을 할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다. 다른 사람과 같이 생각을 할지, 아니면 이와 반대로 할지를 말이다. 수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생각을 할 기회를 말이다.

 

 책에서도 다음 내용과 같이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알게 되면 어떠한 점이 변화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 실험으로 인해 저는 제 인생을 재점검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저의 순종적인 태도와 직면하여 그것과 싸우게 했습니다. 그래서 남모르게 하던 동성애를 직시하기 시작했어요. 몰래 한다는 것은 순종의 또 다른 얼굴이었죠. 그래서 전 동성애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강한 도덕적 중심을 찾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실험을 통해 저 자신의 도덕성이 얼마나 약한지를 깨닫고 놀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윤리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 말을 이해하시나요?” - p.g. 89

 

 만일 우리가 어떤 집단에게 사회적 신호와 다수의 무시 그리고 방관자 효과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다면 그런 행동이 앞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8천 단어로 이루어진 스무 쪽 남짓한 그의 논문은 교육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중요한 것을 얼마나 쉽게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지 깨달으면 해석의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도 훨씬 낮아진다는 것이었다. - p.g. 116

 

 이러한 면에서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알고 있는 것은 굉장히 큰 무기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심리학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 볼 생각이다.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 책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내용 세 가지

#1

그는 상자라는 새로운 장치를 고안하면서 인간의 자유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품고 있던 서구 사상에 과감히 맞서는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인간의 자유가 얼마나 견고한가에 관하여 엄청난 의구심을 품었다. 환원주의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 실제로 인간이란 자동화된 일련의 반응에 불과하다는 우리의 의구심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훨씬 더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방식이다.

오이디푸스가 치밀하게 짜인 자신의 운명에 분노하고, 길가메시가 신이 짜놓은 계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슨 이래로 우리 인간들은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의문을 품어왔으며, 그것을 심각하게 걱정해 왔다. 그리고 스키너의 상자는 새로운 광채를 발하는 20세기 기계들의 그림자 속에 영원히 반복되는 이러한 근심들을 담아낸 네모난 그릇이었다.

 

#2

이 실험은 그 어떤 실험보다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리석음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존재라는 것,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나 상반된다. 매너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정보다 강하고 두려움보다 원초적이다.
- p.g. 111

 

#3

그는 간헐적 보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주어질 때(가령 4의 배수로 누를 때라든지)와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주어질 때가 어떻게 다른지를 실험한 결과, 보상이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행동이 소멸되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하! 그는 비로소 실험을 멈추었다. 그것은 파블로프의 침 흘리는 개만큼 엄청난 발견이었다. 비로소 그는 인간이 저지르는 어리석은 행동의 대부분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보상이 지속적으로 생기지 않는데도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의 가장 친한 여자 친구가 기분이 내킬 때만 전화를 거는 못된 애인의 전화를 애달프게 기다리는 이유가 무엇이고, 왜 평소에 멀쩡한 남자가 연기 자욱한 카지노에만 가면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을 때까지 도박을 하다가 끔찍한 지경에 이르는지 말이다. 왜 여자들은 지나친 사랑을 하고, 남자들은 위험할 정도까지 주식 투자를 하는가? 그것은 소위 ‘간헐적 강화’라는 것으로, 스키너는 그 메커니즘과 우연성이 가진 강박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실로 강박이 지니는 힘은 엄청났다. - p.g. 27

책에서 가져갈 한 가지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알게 될 때,

그 상황에서 나는 능동적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인 평점 ( ★★★★ )

 심리학을 처음으로 접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어 별 4개를 주었다. 우선 너무 유명한 실험들에 대해 소개하다 보니 심리학을 모르는 나조차도 알고 있던 실험들이 많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내가 몰랐던 새로운 실험을 알게 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책의 챕터의 마무리가 뭔가 흐지부지하다는 것이다. 실험은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결론은 이렇다 하는 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챕터 마무리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실험이 이렇다고 합니다. 사실일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이런 식의 마무리로 끝이 난다. 그러다 보니 집중해서 읽다가 맥이 풀리는 느낌이 있다. 이러한 점들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추천할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은 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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