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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서평] 파피용 -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우리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까?

by 한량처럼_ 202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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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세 가지 적과 맞서게 되지. 첫 번째는 그 시도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두 번째는 똑같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지. 이들은 자네가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때려눕힐 때를 엿보고 있다가 순식간에 자네 아이디어를 베껴 버린다네. 세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는 않으면서 일체의 변화와 독창적인 시도에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다수의 사람들이지. 세 번째 부류가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고, 또 가장 악착같이 달려들어 자네의 프로젝트를 방해할 걸세.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로 평을 받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첫 작품인 개미에서부터 엄청난 유명세를 이끌고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소설들을 출판하였다. 나 또한 소설 <개미>를 본 경험은 있지만, 나와는 조금 맞지 않는 작가라서 중간에 보다가 멈췄었다. 그 당시 곤충에 인격과 같은 것을 부여하여 내용을 전개하는 것이 내게 몰입을 방해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도 책을 낼 때마다 항상 베스트셀러에 올라오는 작가이다. 그러다 보니 문득 호기심이 다시 생겨났다. 그때 내가 개미가 주인공이라 재미가 없던 거라면,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SF적인 상상력과 사람의 얘기를 보자고 말이다. 그러면 정말 내 취향인 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파피용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SF보다는 인간적인 이야기

 내가 책을 읽기 전에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스토리는 지구에 사람이 살기가 어려워져서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얘기로 알고 있었다. 어디서 이러한 말을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SF적인 상상력이 메인일 것이라 예상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SF적인 상상력은 약간의 첨가요소일 뿐이다. 심지어 조금만 파고들어도 굉장히 엉성한 면이 많이 있다. 그러한 SF 보다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과연 유토피아라는 것을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가끔 그러한 질문을 던져본다. 어떤 조건에서 사람들은 유토피아적인 세계속에서 살 수 있을까? 폭력적인 사람이 없다면? 마약과 무기가 없다면? 모두가 평등하다면? 주인공인 이브는 어떠한 조건들이 갖춰지면 유토피아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과연 그는 성공했을까?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 보도록 하자. 블로그를 통해 내용을 스포하는게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아직도 내게 남아 있어서, 결론이 날 때까지는 스포 없이 서평을 쓰고자 한다.


의문점들

 솔직히 책을 보면서 의문점들이 많이 생겼다. 의문점을 보면서 책이 허술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게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들도 든다. 내가 이러한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책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라고 하면서 말이다.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의문점들이 여러 가지이지만 지금 떠오른 것만 서술해 보도록 한다.

 

 

여기서부터는 강력한 스포를 내포할 수 있으니,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아래의 더보기를 누르지 마세요.

 

 

더보기

1. 1000년 후에 도착할 행성을 향해 지금 출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기술의 발전은 기하급수적인 속도이다. 지금 이 순간과 50년 전의 과거와 비교했을 때의 기술적인 발전 속도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렇다면 1000년 후는 어떨까?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SF 세계관에서는 이렇게 급하게 지구를 떠나야 하는 데는 그 이유를 만들고는 한다. 지금 지구에서 도저히 인간이 생존할 수 없다와 같은 상황을 말이다.

 

 그런데 파피용처럼 그러한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지구를 탈출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100년 후에 출발하는 우주선이 속도를 2배 이상 더 빨리 낼 수 있다면? 사실 이러한 가정은 비현실적일정도로 너무 낮게 잡은 것이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더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이 나올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먼저 도착한 미래인류들의 유산과 과거 인류들의 유산이 맞닥뜨렸을 때, 누가 더 높은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생각 때문에 왜 지구를 지금 탈출 해야 하는 지부터 의문이 들었다.

 

2. 동기부여를 잃어버린 파피용의 미래 인류는 유토피아를 어떻게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 첫 인류는 파피용에서 유토피아적인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들은 동기부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음 세대들도 어떻게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오히려 책을 보면 다음 세대들은 지구에 대한 지식도 그 폭력도 접하지 않기 때문에 더 괜찮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하지만 인류가 그러한 성향의 존재였다면, 애초에 폭력은 없어야 하지 않았는가? 누군가 먼저 알려준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이러한 허술한 사고방식의 주인공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줬다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3. 갑작스러운 성경 이야기?

 - 갑작스럽게 마지막에 성경과 엮으려는 듯한 내용들이 나온다. 사실 주인공은 이름들은 이러한 의미가 있고, 성경적인 내용과 급하게 서로 엮어가기 시작한다. 그러한 내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러한 쪽으로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니 억지로 엮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건 내가 성경적인 내용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앞에서 그러한 관련 힌트를 줬는데, 내가 성경 내용을 몰라서 그랬던 걸지도 말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들

#1

 그런데 왜 항상 거짓말쟁이들과 못난 놈들이 승리를 하게 되지? 왜 항상 최악의 인간들이 법을 만들게 되는 거야?

사람들에게는 노예 기질이 있으니까. 사람들은 자유를 요구하면서도 정말로 자유가 주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어. 반대로 권위와 폭력 앞에서는 안도감을 느끼지. 엘리자베트가 말했다.

바보 같은 짓이야!

그게 바로 인간이 지닌 역설이야. 더군다나 사람을 세뇌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공포라고.

 

#2

우리는 최악의 시대에 태어났어. 지금처럼 질병과 폭력이 난무하고 환경오염이 심각했던 적은 없었지.

엘리자베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을걸. 페스트, 콜레라, 세계 대전, 노예 제도가 있었던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은 최악의 시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모든 세대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고 다음 세대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 어쩌면 결국 상황은 언제나 똑같을지도 몰라. 단지 우리 시대는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끔찍하게 생각되는 거지. 그러니까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

 

#3

 그건 필요악이에요. 하지만 최소한의 악이죠. 최악의 경우는 바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것. 그렇게 우리가 무정부 상태로 가는것이에요. 엘리자베트가 말했다.
난 무정부주의자였소. 언제나 경찰도 정부도 없는 세상을 꿈꿨지. 이브가 말했다.
그건 유토피아예요. 현실에서 법의 공백은 협잡꾼과 우두머리들에게만 유리할 뿐이에요. 이들은 제재가 없는 틈을 타서 폭력을 이용해 자기들의 법을 따르라고 강요할 게예요. 엘리자베트가 그에게 현실을 상기시켰다.
그럼 우리가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거로군.
그는 이 단어가 무슨 혐오스러운 음식이나 되는 양 말했다.
달리 방법이 없군요. 조슬린이 말했다.
이브가 대나무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왜 우리는 항상 같은 도식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거지?
인간이란 존재를 쉽게 변화시킬 수 없으니까요.

 

#4

평화 다음은 전쟁.
중앙 집권화 다음에는 분권화.
대도시들 다음에는 작은 마을들.
의회 체제 다음에는 독재 체제.
안정 다음에는 광란.
무정부 상태 다음에는 전체주의
학살 다음에는 출생.
화려한 패션 다음에는 경직된 패션.
파피용호의 탑승자들은 이렇게 후세 사람들이 <인간 무리의 역사적인 호흡>이라고 정의된 순환을 겪고 있었다.

개인적인 평점 ( ★★★ )

 한 번 쯤 생각해 볼 만한 상상력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낸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있다. 파피용이라는 우주선에서의 1세대 이후부터 파피용의 세계는 급변하기 시작한다. 그 부분이 작가의 유토피아가 이루기 어려운 점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간략화해서 진행되는 점이 아쉽다.

 

 파피용이 출발하기 전에 겪는 내용들 보다는, 그 후 그리고 행성에 도착한 후의 이야기를 좀 더 서술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비록 내가 원했던 SF적인 얘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게 재미있게 책을 읽혀나간다.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내 취향의 작가는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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