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개츠비는 단 한 번도 데이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그가 그녀의 사랑스런 눈에서 이끌어내는 반응의 정도에 따라 자신의 집에 있는 모든 것의 가치를 다시 매겼다고 생각한다. 이따금씩 그는 또한 자신의 물건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데이지가 실제로 거기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이 그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한 번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뻔하기도 했다.
고전 100권 읽기 프로젝트의 첫 책

사람들이 보통 취미가 독서라고 하면 떠올리는 책들은 문학 책이다. 셰익스피어가 어떻고, 톨스토이가 어떻고, 그리고 헤밍웨이는 어떻다는 얘기들을 나눈다. 이 작가들의 책들은 너무 유명해서, 취미가 독서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왠지 한 번쯤 읽어봤을 것만 같다.
분명 내 취미도 독서인데, 문학과는 너무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비문학 책들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세계를 접하는 것들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런데 문득 그러한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책을 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소설의 가치를 내가 너무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포스팅과 함께 고전문학 100권을 읽겠노라 다짐을 하였다.
[장기 독서 프로젝트] 세계고전문학 100권을 읽어 보자
유튜브 영상으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얼마 전에 유튜브 영상 하나를 굉장히 인상 깊게 시청했다. 바로 최재천 교수님이 독서에 대해서 강의를 하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나는 주변에서 찾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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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한 프로젝트의 첫 책은 바로 위대한 개츠비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에는 별 다른 것이 없다. 그냥 이름이 유명해서이다. 영화로도 나온 책이기에 재미는 보장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했으며,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영화를 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읽어 본 소감은?

제대로 읽어 본 첫 세계 고전 문학...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어려운 비문학도 나름 재미있게 읽어왔기에 너무 만만하게 보았던 것 같다. 도저히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이해가 안 갔다. 참고를 위해 한 문장을 가져와 보겠다.
개츠비는 내가 마음으로부터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개성이라고 하는 것이 일련의 성공적인 몸짓이라면 그에게는 어떤 화려한 면, 만 육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도 지진을 기록하는 정교한 기계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인생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을 느끼는 고양된 감수성 같은 것이 있었다.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은 '창조적 기질'이라는 명칭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맥없이 쉽게 감동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은 희망을 향한 비상한 재능이었으며, 지금까지 내가 다른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낭만적 감응력이었다.
이 책에서 개츠비를 처음 소개하는 장면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는가?
사실 이 책을 이미 다 읽은 나조차도 어떠한 감만 잡을 뿐,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도입부를 읽으면서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런 책들을 읽는 것일까라는 의문만 생겨났다.
도입부만이 문제가 아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나열하여 3페이지가량을 채운 장면이 있다. 그때 이후로 언급되지 않을 인물들을 왜 그렇게 상세하게 나열했는지, 갑자기 확 몰입이 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는 너무 서사가 뻔하고 참신하지 않았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만 들다가, 어느 순간 몰입이 되는 것을 느꼈다.

스토리는 뻔하지만 그래도 불륜과 같은 자극적인 면들이 꽤나 있었고, 가장 놀라웠던 것들은 작가의 표현력이었다. 그냥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흘려보냈던 것들을 작가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그렇지만 너무 덥잖아.”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데이지가 계속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너무 혼란스러워. 우리 모두 시내로 나가요!”
더위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만질 수 없는 더위를 두들겨 구체적인 형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작중인물이 날씨가 덥다고 하는 것을 말하는 장면이다. 그냥 '데이지는 너무 덥다며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라고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닌 덥다고 말하는 것을 두들기는 것과 같이 표현하며, 실체가 없는 것을 실체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들이 나올 때마다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것들이 문학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중반부부터는 부정적이었던 첫인상과 달리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
왜 '위대한' 개츠비인가?

사실 다른 리뷰처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크게 포착하지 못했다. 작가가 상징으로 숨겨둔 것을 그냥 이런 얘기는 갑자기 왜 하는 걸까 하면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음과 같은 의문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그래서 왜 개츠비는 위대한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자신의 물질적인 것들에 현혹되지 않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게 위대할 정도인 걸까라는 생각이 맴돈다. 아니면 내가 아직 소설에 익숙하지 않아 소설이 의미하는 바를 다 캐치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마음 한편에 스며드는 씁쓸함
책을 읽고 후반 부에 한 인물과 만나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얘기를 나눈다.
우리는 각자 서둘러 빗속을 뚫고 차로 갔다. 정문 옆에서 올빼미 눈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집에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가 깜짝 놀랐다. “도대체 그런 일이! 사람들이 거기 수백 명씩 갔었는데.”
그는 안경을 벗고 다시 안팎을 닦았다.
“그 친구만 안됐구만!” 그가 말했다.
개츠비가 죽은 후 화자는 장례식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한다. 하지만 개츠비가 살아있을 적에는 개츠비를 모르더라도 파티에 오려는 사람이 넘쳐났지만, 장례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한다.
처음에 이 부분을 보고 떠오른 생각은 분노였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 있을까? 자기들 좋을 때는 초대도 하지 않았는데 놀러 와놓고 이제와서는 모른척하다니.
그 분노가 가라앉고 생각을 해보니 오히려 반대되는 생각이 들었다. 아 개츠비 또한 그러했구나. 개츠비도 그 사람들을 사람으로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써 대했다. 그들과 친분을 나누거나 사람 그 자체로서 대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데이지를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했다.
그냥 서로 비슷했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글의 마지막에 한 줄 남겨두고 싶다. 데이지는 쓰레기가 맞다...
인상 깊은 구절
#1
철로가 휘어지면서 이제 기차는 태양을 등지고 달렸다. 태양은 점점 더 낮게 가라앉으며 데이지가 숨 쉬었던 도시, 멀어져 가는 도시 위로 축복을 내리는 것처럼 넓게 퍼졌다. 데이지로 인해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도시의 한 조각이라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공기 한 줌이라도 잡으려는 듯 그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눈물로 흐려진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새롭고 좋았던 그곳이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
“그렇지만 너무 덥잖아.”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데이지가 계속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너무 혼란스러워. 우리 모두 시내로 나가요!”
더위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만질 수 없는 더위를 두들겨 구체적인 형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3
우리는 각자 서둘러 빗속을 뚫고 차로 갔다. 정문 옆에서 올빼미 눈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집에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가 깜짝 놀랐다. “도대체 그런 일이! 사람들이 거기 수백 명씩 갔었는데.”
그는 안경을 벗고 다시 안팎을 닦았다.
“그 친구만 안됐구만!” 그가 말했다.
개인적인 평점 ( ★★★☆ )
첫 도입부를 빼면 나쁘지 않게 읽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스토리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줄거리 자체에서의 흥미로움은 크게 느끼지 못하였다. 줄거리보다는 표현들이 아름다워, 똑같은 문장을 두세 번씩 읽어보며 어떠한 그림인지 상상해 보는 즐거움은 있었다.
현시대와 같이 물질만능주의와 같은 사고에 빠진 대부분의 작중인물들과 거기서 벗어나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는 개츠비. 개츠비가 매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개인적으로는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였다. 그래도 소설의 분량과 난이도를 생각했을 때는 첫 책으로 나쁘지는 않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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