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그런데 상어들이 밤중에 달려들면 이제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한다?
“싸우는 거지, 뭐.” 노인은 말했다.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야.”
영화 속의 헤밍웨이
필자가 처음으로 헤밍웨이를 접한 것은 부끄럽게도 소설이 아닌 영화이다. 바로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에서이다. 이 영화의 컨셉을 가볍게 말하자면, 예술의 황금기였던 19020년대 파리로 현대인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그 시절 예술가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다.
그 당시 유명한 소설가들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때 헤밍웨이를 처음 접했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처음 접했다는 것은 당연히 그 작가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는 헤밍웨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가들도 나왔었다. 실제로 내 100권 독서 프로젝트의 첫 책인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도 나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인지 모르니 기억에 전혀 남아 있지는 않다. 놀랍게도 두 번째 책 「달과 6펜스」의 모티브인 고갱도 나왔었다고 하는데, 전혀 기억이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도록 하자. 그 영화에서 헤밍웨이는 강직하고 단호한 태도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영 아닌 소재는 없소.
내용만 진실되다면, 또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용기와 품위를 잃지 않는다면
이 당시에는 그냥 남자다운 성격을 가질 것이라 추정만 했었다. 하나 소설을 보니 그의 소설이 어떠한지 그리고 작가의 성격이 어떠한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부분인 것을 이제 깨달았다. 누군가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는 책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헤밍웨이가 영화 속에서 말한 것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평범한 듯한 영웅
이 책의 줄거리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한 노인 어부가 물고기를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였고 마침내 잡았으나,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에게 뺏겨버린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다 보니 책의 분량도 굉장히 적다.
평범한 줄거리기에 그리고 비범하지 않은 등장인물이기에 큰 울림이 있다. 소설에서는 영웅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 우리를 구분해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그냥 늙은 어부일 뿐이고, 자기의 직업에 맞는 물고기 잡는 일을 할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필사적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반성을 하게 만든다. 어릴 적 나는 영웅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직장인의 삶보다는 더 큰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일을 시작하면서 바로 깨닫게 되었다. 직장을 계속해서 다니는 것도 엄청난 거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책을 보면서 일상의 치열함을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고민도 하게 만들었다.
나는 「노인과 바다」의 노인과 같은 태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기억에 나는 구절
#1
“그렇지만 난 놈을 죽이고 말 거야.” 노인은 말했다. “위대함과 영광의 절정에 있는 저놈을.”
그게 부당한 짓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노인은 생각했다. 나는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 놈에게 보여주고 말겠어.
“내가 이상한 노인이라고 그 애한테도 말했지.” 그는 말했다. “이제 그걸 증명해 보일 때야.”
과거에 이미 수천 번이나 증명해 보였다는 사실은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그걸 다시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언제나 매번 새로 처음 하는 일이었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과거를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2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그래도 이렇게 되고 보니 저 물고기를 죽인 게 후회스럽군, 노인은 생각했다. 이제 어려운 일들이 닥쳐올 텐데 작살조차 없으니. 덴투소는 잔인하고 싸움을 잘하고 강하며 영리한 놈들이야. 하지만 난 아까 그놈보다 더 영리했어. 아니, 어쩌면 그게 아닐지도 몰라, 그는 생각했다. 그저 내가 더 좋은 무기를 갖고 있었을 뿐인지도 몰라.
“이보게, 늙은이, 생각일랑 집어치우게.”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항해나 계속하게. 그러다 일이 닥치면 그때 맞서 싸워.”
#3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노인은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난 그건 죄악이라고 믿어. 죄악 같은 것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자, 그는 생각했다. 죄 말고도 지금은 문젯거리가 충분하니까. 게다가 나는 죄가 뭔지도 아는 게 없잖아.
개인적인 평점 (★★★☆)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는 책인 것은 부정할 생각이 없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알 수 없는 부족함을 느꼈다. 간결한 문체와 그리고 노인의 의지 속에서는 감동은 있었지만, 내 마음을 헤집어 내는 듯한 충격은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도 존재한다. 노인이 꿈속에서 보았던 사자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노인의 의지와 끈기에는 감탄했지만, 이를 주식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결국 떨어지는 주식을 의지로 계속 가지고 있었고 돈도 벌지 못하였다. 조금 더 일찍 손절했더라면 적은 손해만 볼 수 있었는데, 결국 큰 손해를 떠안게 된 것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소설을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에 대입해서 보는 것이 조금 웃기기는 하다. 하지만 그 의지와 끈기는 배우되 적절한 판단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노력을 너무 신성시하는 것조차도 조심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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