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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제 경영

천 원을 경영하라 - 사업가는 타고나는 것 인가를 되묻게 만드는 책

by 한량처럼_ 202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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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을 경영하라

고작 1,000원짜리인데 불량이 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1,000원짜리 상품이기 때문에 더욱 불량이 없어야 한다. 1,000원이기 때문에 품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왜 그럴까?

고객은 고가의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오히려 관대해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1,000원짜리 상품이 불량이면 “아, 이럴 줄 알았어. 1,000원짜리가 오죽하겠어.”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비싼 제품이 불량이면 고쳐서 쓰지만 싼 제품이 불량이면 쓰레기 취급한다. 이는 단순히 불량품 1개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리는 일이다.
[ 천 원을 경영하라 ] 

 

앰비슈머(Ambisumer)

<이미지 출처 : https://www.cricum.com/popularculture/?idx=10487836&bmode=view >

 소비문화는 시대가 바뀌면서 계속 변화해 간다. 현재 소비의 새로운 흐름을 가지고 오는 MZ 세대들은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가를 잘 설명해 주는 용어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앰비슈머이다.

 

 앰비슈머란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가치관에 따라 양극화 소비를 하는 현상 또는 사람들을 말한다. 즉 쓸 때는 과감하게 쓰고 아낄 때는 정말 하나하나 다 따져 가며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보는 인스타그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명품 소비. 해외여행. 호캉스.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외제차 등

 

  이를 소비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러한 소비의 형태가 우리의 주변에서도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문화는 쓸 때는 과감하게 쓰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그렇다고 항상 가격에 상관없이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소비할 때 더 가격을 따지는 경우들이 있다. 필자만 하더라도 밖에서 물건을 살 때 자연스럽게 네이버 최저가를 살펴보게 된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손해 보기 싫은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렇듯 쓸 때는 과감하게 쓰더라도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요즘 MZ의 소비 문화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문화에서 '다이소'를 뺄 수 있을까? 어떤 물건을 살 때 다이소에서만큼은 최저가를 찾아보지 않게 된다. 바로 거기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한 가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러한 다이소를 창업한 박정부 회장의 책을 읽어보았다.


다이소의 창업과 성장 스토리

 이 책의 가장 재밌는 부분은 아마 다이소의 창업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인 듯하다. 보통 어떤 기업의 성장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다룰 때는 그것의 사실적인 부분에 많은 초점을 둔다. 그런데 이 책은 약간 다르다. 창업자가 직접 책을 쓰다 보니 그 당시에 자신이 느꼈던 심정들을 많이 담아뒀다. 그러한 점들이 우리가 마치 다이소를 공동 창업한 것과 같이 몰입을 시켜준다.

 

 책을 보며 인상 깊은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다이소 회장은 45세라는 늦은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바로 사업의 큰 뜻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타의에 가깝게 퇴사를 하여 먹고살기 위해서 뛰어든 것이다. 보통 기업의 회장들이 사업을 할 때는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이소의 경우 생존을 위해 계속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기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린 시절 그리고 대학생 때까지 나 또한 사업을 꿈꿨다. 아니 꿈이라고 하기에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거창하고 선망하였다. 그 당시에는 나는 학생이었기에 너무 수동적인 사고관을 가져 이를 핑계로 도망쳤다. '기업에 가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배우고 사업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직 학생이라서 그런지 일도 사업도 학교처럼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아니면 그냥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서 회피했던 마음도 없지는 않은 듯하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와서 일하면서 깨달았다. '세상의 일은 누군가에게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딪쳐보는 것이구나.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또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갑자기 회사를 나가 사업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럴수록 이 박정부 회장의 창업신화가 나에게는 놀랍게만 다가온다.


내가 다이소 홍보 책자를 산 것은 아닌데

 회사의 성장에 대한 얘기는 정말 재미있지만 경영에 대한 내용을 다이소에 녹여낸 파트는 솔직히 읽기 조금 힘들었다. 안에 있는 내용들에 공감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경영을 잘하는 방법이 아닌 일 잘하는 방법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어느 정도 내가 생각하는 일을 잘 하는 방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너무 장점을 어필하기만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기업이 자랑스럽고 책을 통해 남기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내가 다이소 홍보 책자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내가 원했던 내용은 오히려 박정부 회장이 지금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이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였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이다 보니 오히려 여기서 더 성장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구절

 

#1

마흔다섯, 과연 내가 이 나이에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동안 너무 전력질주한 것 같았다. 좀 살살 달렸더라면 마음도 몸도 이렇게까지 고갈되진 않았을 텐데. 회사를 떠나며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남들의 시선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모든 에너지가 사라진 것처럼 손가락 하나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했다. 내 모든 것을 바쳤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2

 사업이란, 자전거와 헬리콥터를 타는 일과 같다. 자전거를 앞으로 나가게 하려면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야 한다. 기업이 하나의 자전거라면 회장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가 커다란 자전거에 올라타서 함께 페달을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자전거는 얼마 가지 못해서 넘어지고 말 것이다.

 사업은 때로는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헬리콥터를 타는 일처럼 급박하게 전개되기도 한다. 자전거처럼 헬리콥터 역시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프로펠러가 돌아가야 한다. 자전거 페달을 멈추면 잠깐 넘어지는 것에 그치지만,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멈추면 모두가 추락하고 만다.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자전거와 헬리콥터. 한일맨파워에서 시작해 아성다이소까지 오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자전거의 페달과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를 돌리는 것 같은 삶을 살아왔다. 한순간이라도 멈추었다가는 곧바로 넘어지고 추락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3

열정이란 뭘까? 이처럼 관심과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것이다.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다. 관심을 기울이고 깊이 들여다보고 몰입하는 것이다. 올인하는 것이다. 혹시 어린 시절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워본 적이 있으신지. 햇빛이 오롯이 한 지점에 모여야 종이를 태울 수 있다. 한순간에 되는 것은 아니고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렇듯 열정은 몰입과 집중을 만나 뜨거운 성과를 낸다. 내가 수많은 사람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아주 특출한 소수를 제외하고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관절함과 관심, 열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책에서 가져갈 한 가지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 도전을 시작한다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열정을 다한다면 다이소와 같은 기업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인 평점 ( ★★☆ )

 이 책의 장점은 다이소가 성장하고 문제에 닥칠 때 회장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논리로 문제를 해결해 갔는 지를 우리가 느낄 수 있게 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뒷부분에 너무 다이소의 장점을 나열해 놓다 보니 책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진다.

 

 경영 철학을 위해서 다이소의 장점을 함께 녹여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책의 주된 내용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어떤 사고의 세계를 깨 주는 내용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점이 없던 것이 아쉽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만 다시 리마인드 해주는 것 같아서 큰 평점을 주지는 못하였다.

 

 그래도 전형적인 사업가가 아닌 오히려 직장인 같은 면모가 있는 박정부 회장이 다이소라는 큰 기업을 경영하게 되었다는 점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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