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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제 경영

위기의 역사 - 2023년의 내 인생 경제 책, 금리에 대해 드디어 감을 잡다

by 한량처럼_ 202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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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역사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인류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들을 들추면서 과도한 공포에 휩싸이기 위함도 아닙니다. 우리는 역사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찾고, 과거에 인류가 행한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공부합니다. 이전에 겪은 ‘위기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위협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깨닫고, 똑같은 형태는 아니겠지만 과도한 낙관론 혹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와 같은 큰 틀에서 현재와 공통점이 있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를 왜 알아야 하는가?

 우리가 왜 과거의 문제에 대해서 공부해야 하는지는 바로 위의 짤 하나로만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위기가 무서운 것은 그것이 위기인 줄 모르기 때문이며, 알더라도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에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 경제는 어떨까? 

 

  위기인 걸까? 여태 유례없는 속도로 금리는 상승해 가고 있고, 일자리가 없다는 말들이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산업인 반도체는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끝날 줄을 모른다. 부정적인 뉴스들만 계속해서 들려온다.

 

 그렇다면 진짜 위기인 걸까? 

 

 쉽게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말하기가 어렵다. 나에게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위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떨 때 위기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 어떤 이유로 위기들이 찾아왔는지, 그리고 찾아왔을 때 어떤 현상들이 나타났는지를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나무를 통해 숲을 보다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있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하는 것 같다. 큰 흐름을 순차적으로 배워가는 방식이 있는데, 이게 보통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실무를 하다 보면 사회에는 교과서가 없다. 그러다 보니 주요 세부사항들을 배우면서 큰 그림을 배우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는 한다.

 

 물론 큰 흐름대로 순차적으로 배우는 것이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까먹기 쉽고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세부적인 사항들을 통해 점점 큰 그림을 그려가는 Bottom-up 방식은 비록 군데군데 지식의 빈 곳들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부족한 조각들을 찾고, 그것을 서로 엮어가면서 조립하며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경제에 대해 Bottom-up 방식으로 공부하기에 적절한 책으로 생각된다. 네 가지 경제위기를 설명하면서 그것이 왜 발생하였는지에 대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매번 들어도 어려웠던 환율, 금리, 채권, 외환보유고 등에 대해 경제위기와 엮어 우리 머릿속에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이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에서 내가 감을 잡았던 궁금증들

 예전부터 경제 관련해서 궁금하였던 몇 가지 문제들이 있었다. 그 내용들을 이 책에서 설명해 주면서, 경제에 대해서 약간 감을 잡게 해 준 점이 굉장히 좋았는데 그것이 어떤 의문점이었는지만 서술해보려고 한다. 만약 나와 유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의욕이 생길 수 있도록 말이다.

 

  • 경기가 좋을 때 부동산이 오를 것 같은데, 왜 성장은 정체되어 있는데 부동산 가격은 오르는 걸까?
  • 수출을 하는 기업들은 환율이 오르면 좋아할 것 같은데, 왜 환율의 상승보다 안정된 환율을 더 좋아하는 걸까?
  • 금리가 오르면 왜 주식은 떨어지는 거지?
  • 왜 연준은 경제를 박살 내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고 싶어 하는 걸까?
  • 중앙은행에서 발표하는 금리와 우리가 은행에서 보는 금리의 차이는 뭘까?

 사실 굉장히 많은 궁금증들이 있었고, 해결된 것들이 많지만 지금 바로 생각나는 것들은 위의 질문들이다. 혹시 나와 동일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분들은 책을 읽어보며 각자의 지식의 빈 곳을 채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절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감만 잡았을 뿐이다.


기억에 남는 내용들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너무 많아 Notion에는 정리해 두었으나, 블로그에는 세 가지만 서술하도록 한다. 

 

#1

국제 금융에서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안정적인 환율, 독자적은 통화 정책, 자유로운 자본 이동’입니다. 어느 국가도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불가능한 삼위일체’ 이론의 핵심입니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갖게 된 상황에서 다른 국가의 통화 정책이 급격히 변화합니다(앞선 예시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는 상황을 설명드렸죠). 하지만 세 가지 모두 포기하지 못하고 고정환율까지 유지하려고 한다면 외환보유고의 빠른 소진과 함께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그래서 세 가지 중에 두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2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른다는 말도 되지만 뒤집어 말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도 되죠.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는 것은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의미일 겁니다. 화폐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금리 인하, 혹은 양적완화 등 화폐의 공급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을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화폐 가치의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겁니다.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죠.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되면 그 기간 동안에는 금리 인하 등의 경기부양책을 제대로 쓸 수 없을 겁니다. 긴 역사를 통해 보셨던 것처럼 연준의 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의 부양책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그런 무기를 쓸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침체와 같은 어려움이 닥친다면, 혹은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했던 충격이 닥쳐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인플레이션이 강하기 때문에 부양책을 쓸 수 없는 만큼 그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 대응이 매우 어려워지겠죠.

 

#3

총 열여덟 개 챕터를 통해 외환위기, 닷컴 버블 붕괴,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 19 및 인플레이션 위기를 살펴보았습니다. 각각의 위기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장기간의 안정적인 경제 환경 속에서 싹튼 안이함’과 ‘급격한 금융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공통점은 2023년 3월에 발생한 SVB의 파산 사태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책에서 가져갈 한 가지

 이번에는 책에서 가져갈 한 가지를 선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경제 위기의 공통점인 '장기간의 안정적인 경제 환경 속에 싹튼 안이함'과 '급격한 금융 환경의 변화'만이라도 기억하고자 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지속되는 추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게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때 위기의 전조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평점 (★★★★★)

 처음으로 별 5개를 주는 책이 된 것 같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경제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은 지식을 쌓고 봤더라면 이 정도 점수를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경제 현상들이 서로 얽혀 있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사실 개인적인 평점을 매기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내가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와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지이다. 그런데 그러한 나의 두 가지 기준에 모두 만족하는 책이었다. 아마 2023년에 읽은 경제 책 중에 인생 경제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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