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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5 호밀밭의 파수꾼 - 청소년기란 원래 이런 것이지 [고전 100권 프로젝트]

by 한량처럼_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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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그 건 그렇다 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금서였으며, 호불호가 나뉘는 소설

 

 한동안 금지 소설이라 불렸던 책, 「호밀밭의 파수꾼」. 금지된 이유로는 청소년에게 부적합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매춘, 혼전 성관계, 욕설, 미성년자 음주 등이 소재로 나오기에 어쩌면 그 당시에는 너무 자극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이게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성인인 필자가 읽어도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자극적이다 보니 확실히 재미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평이 정말 극단으로 나뉘는 소설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지만, 불호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주인공이 불평불만이 너무 많고 사고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그 불호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포인트가 필자에게는 재미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청소년기 시절을 보여주는 책

 

 불호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주인공이 이해가 되지 않고, 왜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걸까? 그리고 어쩌라는 걸까?'라는 평을 내린다. 하지만 나는 읽으면서 청소년기란 원래 저러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릴 적 내가 읽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청소년기에 필자는 그러한 생각을 하였다.

 

'굉장히 올바른 길이 있고, 모두가 그 길을 걸어가는 것 같은데 나만 그 길을 못 가고 방황하는 것 같다.'

'왜 나만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걸까? 왜 나만 특이할까?'

'나는 왜 이렇게 비겁하고, 나쁜 생각이 드는 걸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지금 보면 그게 당연한 것인데, 그 당시에는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다면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러한 과정을 겪는다는 마음에 조금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자 하는 홀든, 그리고 교육

 

 최재천 교수님의 책 「최재천의 공부」를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지금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내용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솔직히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삶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시간을 우리가 지금처럼 빼앗아도 될까?’ 자주 의문을 가져요. 저는 어른들이 그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인권 문제라고 보는데요. 청소년 시절에는 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할까요?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기성세대가 청소년에게 ‘삶을 접고 공부만 해라’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교육 제도는 위 세대가 아래 세대를 압박하는 장치가 됐습니다. 이제라도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고, 모두가 삶을 즐기면서 자라나도록 길을 내야 합니다. 왜 우리가 교육하고 공부하는지를 숙고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설정해 둔 길을 따라 걷기를 바란다. 대표적으로 교육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 하는 고민들은 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홀든이 얘기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은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어른들이 만들어둔 길을 따라 모두가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살게 하고 너무 엇나갈 때 도와주는 것. 그러한 사회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중요한 것은 공감하지만 지금의 교육은 이 책이 나온 시대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기억에 남는 구절

#1

「오빠는 모든 일을 다 싫어하는 거지?」
그 애가 이런 말을 하니 나는 우울해졌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런 말 하지 마. 왜 그렇게 말하는 거니?」
「오빠가 싫어하니까. 학교마다 싫다고 했잖아. 오빠가 싫어하는 건 백만 가지도 넘을 거야. 그렇지?」
「그렇지 않아.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네가 틀렸어.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내가 물었다. 피비는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보이니까 이러는 거지. 그럼 뭘 좋아하는지 한 가지만 말해 봐」
「한 가지? 내가 좋아하는 것 말이지? 좋아」
하지만 정신을 집중시킬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때때로 이렇게 정신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말하라는 거지?」 피비에게 물었다.
하지만 피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대 저쪽에서 새초롬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애와의 거리가 천 마일은 되는 것 같았다. 「그래, 대답해 줄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말하라는 거니, 아니면 약간이라도 좋아하는 걸 말하라는 거니?」
「진짜 좋아하는 것」
「좋아」 난 대답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2

이렇게 쓰고 있어.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3

 그 밖에도 학교 교육이란 건 많은 도움을 주지. 학교 교육이라는 건, 어느 정도까지 받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지. 자기의 사고에 맞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맞지 않는 것은 어떤 것은 무엇 인지를 알 수 있게 돼. 나중에는 자기 사고의 일정한 크기에 어떤 종류의 사상을 이용해야 할 것 인지를 알게 될 거야. 게다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사상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데 드는 시간도 절약해 주고 말이지. 결국 학교 교육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알게 해 주고, 거기에 맞게 이용하게 해주는 거야.

 


개인적인 평점 ( ★★★★★ )

 이번에는 별 다섯 개를 주었으나, 누구에게나 정말 큰 재미를 주는 책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괜히 호불호가 나뉘는 책이 아니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답답한 면이 없던 것은 아니다.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들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그러한 면이 좋았다. 그런 면이 청소년기의 방황 아니겠는가. 모순된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 이러한 것들과 한 편으로 지질한 모습들. 이러한 점들이 학창 시절의 필자를 떠올리게 했고, 어쩌면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 나의 숨겨진 부분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즐거웠다.

 

 학창 시절에 읽었다면 위안이 되었겠지만, 지금 읽어도 나쁘지 않다. 그 시절을 회상하고 지금은 어떠한 지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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